뜨거운 나트랑 한복판에서 찾은 쉼표, 텍사스치킨
“이상하다, 이 동네에 왜 텍사스치킨이 있지?”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한 브랜드를 마주했을 때의 기분, 묘합니다. 한국에서도 본 적 없는 텍사스치킨 간판이 베트남 나트랑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죠.
게다가 도미노 피자와 스타벅스 사이. 작은 골목이 아닌 대로변 중심이었습니다. ‘아, 이건 진짜 프랜차이즈구나’ 싶었습니다.
“평점 1점?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호기심은 구글맵 리뷰에서 확신이 되었습니다.
평점 1점짜리 후기가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전부 “너무 맵다”고 써 있더군요.
그 순간 피식 웃었습니다. 맵찔이들 덕분에 좋은 곳 걸러지겠구나.
오히려 더 기대가 생겼습니다. 한국인 후기도 없고, 외국인들만 극단적으로 평가한 곳.
이런 곳일수록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쾌적함, 콘센트, 무한리필
매장은 굉장히 시원했습니다.
입구부터 에어컨 바람이 쏴— 하고 밀려와 땀이 쏙 들어가는 기분.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전기 콘센트가 있다는 사실.
여행 중 카페가 아닌 식당에서 충전할 수 있다는 건 꽤 큰 매력입니다.
그리고 감동 포인트 하나 더 –
음료 무한리필. 소스도 무한리필.
베트남에서 이 정도 서비스라니, 마음이 풀렸습니다.
치킨은 크고, 감자튀김은 바삭하다
주문한 건 오리지널 치킨 세트.
닭고기는 상당히 큼직했고, 튀김은 바삭했습니다.
조금 맵긴 했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매운맛.
무엇보다 감자튀김이 진짜 맛있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약 1,500원 정도인데,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졌습니다.
기름도 깔끔했고, 소금 간도 적당해서 치킨보다 감자에 손이 더 갔습니다.
단돈 만 원, 두 명이 배부른 한 끼
한국에서는 프랜차이즈 치킨 먹으려면 둘이 가도 2만 원은 훌쩍 넘죠.
여기선 10,000원 정도로 둘이서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그날 텍사스치킨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여행의 쉼표 같은 공간이었죠.
맵다며 욕하는 외국인 리뷰, 한국인 없는 고요한 실내,
충전되는 콘센트와 시원한 에어컨, 그리고 바삭한 감자튀김.
그 모든 게 합쳐져서, 이곳은 아주 잠깐의 안식처가 되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