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처음엔 그냥 도시 이름인 줄 알았다
‘시라큐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그냥 미국 어디쯤 있는 도시 이름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라큐스 대학교도 있고, 시라큐스 그릇도 있다.
게다가 누가 그러더라, 시라큐스가 고대 그리스 도시에서 유래했다고.
도시 이름 하나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시대를 가로지르며 이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좀 파봤다. 그랬더니 이건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문화 유산처럼 흘러온 하나의 ‘이름 족보’**였다.
⸻
시작은 고대 시칠리아의 ‘시라쿠사’
가장 처음 ‘시라큐스’라는 말이 나온 건 기원전 8세기, 그리스 식민도시 **‘시라쿠사(Syrakousai)’**에서다. 지금의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었고,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고향이었다. 로마가 지중해를 장악하기 전, 시라쿠사는 학문과 무역, 군사까지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졌던 도시였다.
이 도시 이름이, 훗날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옮겨지게 된다.
⸻
미국 시라큐스, 이름을 가져오다
1800년대 초, 뉴욕주에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던 시기. 당시 미국은 유럽 문명에 대한 향수가 강했고, 도시 이름도 종종 고대 도시에서 따왔다. 로마(Rome, NY), 트로이(Troy, NY) 같은 도시들이 그런 식이었다.
마침 이 지역엔 **소금 호수(salt lake)**가 있었고, 고대 시라쿠사도 소금으로 유명했다. 연결고리는 충분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 도시에 **‘시라큐스(Syracuse)’**라는 이름을 붙였다.
⸻
이름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이름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다. 이름은 정체성이다.
시라큐스라는 이름은 고대 도시의 무게감과 상징성을 안고 있었기에,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그 이름을 확장해 나갔다.
⸻
시라큐스 대학교: 이름값 제대로 하는 브랜드
1870년, 이 도시에는 **시라큐스 대학교(Syracuse University)**가 세워졌다.
건축, 저널리즘, 공공정책 등에서 강한 전통을 가진 이 대학교는 미국 명문 대학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렌지색 유니폼의 스포츠팀은 전국 방송에 자주 등장했고, 이젠 ‘시라큐스’ 하면 자연스럽게 대학교 이름이 먼저 떠오를 정도다.
⸻
시라큐스 차이나: 도자기에도 새겨진 이름
놀랍게도 도자기 브랜드도 있었다.
Syracuse China는 19세기 후반 미국 전역의 호텔, 레스토랑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업체였다. 고온에서 구운 튼튼한 식기로 유명했으며, ‘Made in Syracuse’라는 문구는 신뢰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생산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빈티지 시장에선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다.
⸻
한 단어가 세 분야를 관통하다
시라큐스라는 단어 하나가 도시, 대학, 도자기라는 서로 다른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그 이름은 지리적 기원 → 교육적 상징 → 산업적 브랜드로 확장되어갔다.
이건 마치 이름 하나가 타임캡슐처럼 시대를 담아 이동한 느낌이다. 고대의 유산이 현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
그래서, 시라큐스는 무엇인가?
그건 ‘단어’가 아니다.
그건 하나의 ‘이야기’고, ‘전통’이고, ‘브랜드’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또 다른 분야에서 이 이름은 쓰일 것이다.
왜냐고?
좋은 이름은 시간과 분야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
#시라큐스#시라큐스대학교#Syracuse#시라큐스차이나#브랜드유래#고대도시#이탈리아시라쿠사#미국지명#문화브랜드#도자기브랜드#시대의이름#문화의족보#뉴욕주#대학브랜딩
'생활 문화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스트코 회원권, 공짜로 쓰려면 얼마 써야 할까? 이그제큐티브 회원권의 진실 (0) | 2025.05.03 |
---|---|
나라장터 계약했는데 보증보험은 어떻게 준비하지? : 계약서만으론 부족한 현실 꿀팁 정리! (0) | 2025.05.01 |
롱폼, 미드폼, 숏폼! 왜 지금 ‘미드폼’이 다시 뜨는 걸까? (0) | 2025.04.29 |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 – 한국 최초 서양화가의 집에서 예술을 만나다 (0) | 2025.04.16 |
나쁜 습관은 ‘뇌의 자동 반응’이다. 의지력 탓하지 마라, 뇌는 그저 효율을 택했을 뿐이다 (0) | 202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