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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삶’이다.
아침 7시, 나트랑의 해안도로엔 이미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학생을 태운 부모, 노점 상인을 태운 카고형 오토바이, 관광지를 향하는 외국인 여행자들까지. 오토바이는 이 도시의 맥박이다.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1인당 오토바이 보유 비율이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곳에서 오토바이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생활의 기반이며, 생존을 위한 도구다. 나트랑 역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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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도 이 흐름에 탑승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오토바이의 흐름 속에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편입된다는 것이다. 숙소나 거리의 렌탈샵에서 하루 몇 천 원이면 스쿠터를 빌릴 수 있고, 여권만 맡기면 별다른 심사도 없다.
• 하루 대여료는 평균 100,000~150,000 VND (한화 약 5,500~8,000원)
• 고급 스쿠터는 200,000 VND 이상 (약 11,000원~)
• 국제면허증 없이도 대여는 가능하지만, 단속 시 벌금 80만~120만 VND (약 4~6만 원)
• 헬멧 미착용은 벌금 10만~20만 VND (약 5천~1만 원)
다소 느슨한 규제 속에서, 외국인은 ‘잠깐의 자유’를 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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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유는 언제나 무사한가?
하지만 그 자유가 항상 아름답게 끝나는 건 아니다.
2023년에는 나트랑에서 발생한 외국인 관련 교통사고의 절반 이상이 무면허 운전과 헬멧 미착용에서 비롯됐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
오토바이는 베트남에서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위험을 무시하게 만든다.
‘다들 타니까 괜찮겠지’, ‘헬멧은 없어도 되겠지’라는 착각.
그러나 현지인들은 그 위험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 헬멧을 반드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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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
“저는 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에도 가고, 손자도 데리러 가요. 하루에 세 번은 꼭 타요.”
한 노인은 말했다.
그에게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친숙하고, 지하철보다 빠르다.
그리고 그 일상 속으로, 여행자는 하루 동안 들어갔다가 다시 빠져나온다.
그것이 바로 나트랑에서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이다.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삶의 속도에 맞춰 들어가는 짧은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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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행자는 흔히, 한 도시를 걸으며 그 도시를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트랑에서는 오토바이를 타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도로를 달리는 바람의 방향, 해안선을 스치는 도시의 향기, 사람들의 리듬.
그 모든 것을 스쿠터 위에서 마주하는 그 순간,
우리는 이 도시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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